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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20_조명숙 교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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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8-07-31 10:12 조회6,2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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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에서 공부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명’심해서 들으니, ‘학’교에 오기가 편해진다. 선생님들의 ‘교’육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
여명학교 학생들의 문집 ‘날아라 여명’에 실린 어느 학생의 사행시다. 짧은 표현 속에서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마음을 받아낸 이 글귀가 말해주듯, 여명학교는 돈독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배움터다. 새터민들을 위한 중등과정 도시형 대안학교로 지난 2004년 9월 개교했다.

“통계에 의하면 새터민의 50%가 취학을 포기하고, 고등과정은 90%가 학교입학을 포기하며, 중고등과정의 학교 중도 탈락률은 남한 학생의 10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학력사회인 남한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가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여명학교는 이처럼 취학을 포기하거나 기존 학교를 이탈한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학교입니다. 17~24세 남녀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중고등 과정과 문화체험 등 전인교육이 이뤄집니다.”

교사 채혜성 씨의 말이다. 여명학교는 사회주의 문화권에서 교육받았고, 탈북과정에서 3~4년의 교육공백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맞는 수준별, 분반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현재 20여 개의 교회와 뜻있는 성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타 새터민 교육시설이 지방 기숙형인 데 반해 여명학교는 도시형 대안학교다. 학생들이 집에서 통학을 하면서 남한사회 안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어 사회적응이 수월한 것이 큰 이점이다.

검정고시, 지식, 전인교육 병행
2월 중순, 봄방학 기간이지만 아이들의 방문으로 교실에 모처럼 생기가 넘친다. 도톰한 봄 햇살은 칠판까지 살포시 내닿고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2월 말 학교 이전을 앞두고 일손을 돕기 위해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인 것. 채혜성 씨는 학교가 좁고 시설이 낙후되어 이달 말 이곳 낙성대입구를 떠나 명동으로 확장 이전한다고 전했다.

“현재 학생수가 24명인데 이전하고 나면 50명으로 증원할 예정입니다. 교사도 현재 11명에서 2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고요. 또 저희 학교가 아직 비인가시설인데 장기적으로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새 둥지에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채혜성 씨는 비인가시설 교육기관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학력인증을 위한 검정고시 준비의 병행이다. 일 년에 두 번 치르는 검정고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아이들에게 절실한 전인교육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남한에서 검정고시는 비교적 쉬운 시험에 속합니다. 하지만 새터민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어려워합니다. 북한의 경우 거의 모든 시험이 논술이거든요. 아이들이 객관식 문제에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옳지 않는 것, 틀린 것, 다른 것, 아닌 것의 뜻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개념을 설명하고 문제유형에 적응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명학교는 중등과정, 고등과정, 대학예비반 등 세 단계로 교육이 이뤄진다. 나이와 무관하게 학습능력 정도에 따라 반을 나누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검정고시를 치른 후 합격여부에 따라 다음과정으로 진급하는 시스템이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등 공통과목과 도별 문화체험, 생활체육, 생활미술, 진로와 적성, 예술치료 등 문화적응교육이 실시된다. 대학예비반에서는 대학공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영어, 수학 등 중요과목의 심화 학습이 이뤄진다.

재래시장, 경주 답사 등 남한 곳곳 현장체험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가장 좋아합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로 보고 자기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수학여행 가듯 재래시장을 가기도 합니다. 조별로 지원금을 주어서 특산물을 직접 구입하도록 하지요. 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됐던 봉평에 다녀오고, 경주의 유적지 답사도 빼놓을 수 없고요. 이런 현장학습의 효과는 굉장히 좋습니다. 학업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아이들이 남한의 삶을 직접 목도하면서 자기의 틀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거든요.”

그는 여명학교와 아산재단과의 인연도 되짚었다. 2006년부터 아산재단의 지원으로 교통수단을 두루 체험하며 서울경기권을 둘러보는 서울투어를 7차례 실시했고, 성교육 캠프를 갖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의 효과는 탁월하다. 학생들은 현장체험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키우고 문화적 다양성을 배운다. 또한 검정고시는 70%대 합격률을 자랑하는데 이로 인한 자신감 고취와 학습 동기부여 효과를 거둔다. 이 밖에도 남북한의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교내 학습과 학교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극복한다.

“저희는 매일 붙어 있어서 모르는데 한 달에 한 번 오는 봉사자님들은 아이들이 볼 때마다 달라진다고 말씀하세요. ‘이거 맛있어요.’라며 자신의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고요. 날마다 물 주듯 꾸준한 보살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해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인지하여 심리적 안정감과 정착의지를 갖는다고 그는 전했다. 반면에 일부 새터민 학생들의 경우 북한과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을 버리고 자신만 탈북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남은 가족을 남한으로 조속히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명학교 재학생 평균나이가 22.5세에요. 사춘기를 제대로 충분히 겪지 못해 분노조절 등에 미숙하죠. 또 억압적인 체제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죠. 그렇지만 아이들이 한량없이 착하고 순진해요. 속 썩는 일도 많고 애들 땜에 많이 웃기도 합니다.”



남북 경험한 청소년들 ‘통일일꾼’되리
어느 교사든 아이들로 인해 희비의 쌍곡선을 그린다는 점은 매한가지. 여명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채혜성 씨는 이내 아이들 자랑을 하나, 둘 늘어놓았다. 처음에 분수계산도 잘 못했다가 수학실력이 일취월장 향상된 아이, 또 학교를 나갔던 학생이 “여기만한 곳이 없다.”며 다시 돌아와 학업에 전념하면서 행여 학교가 없어질까 전전긍긍 하는 경우, 입학할 때 말 한마디 없던 아이가 점점 나아져서 발표도 할 때 등등….

“참, 졸업생인 한 친구는 중문학을 전공했는데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배우더라고요. 매년 후원회 밤 때면 그 친구가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해서 작품을 만들어옵니다. 새터민 청년이 본인의 시각으로 자기이야기를 담거든요. 나름대로의 고민이나 북한에 대한 감정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럴 때 기특하고 뭉클하죠.”

2007년도 북녘에서 온 새터민이 1만 명을 넘었다. 그 중에서도 해가 갈수록 수가 늘어나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과 남한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계층이다. 미래의 통일된 한반도에서 남한과 북한을 이을 수 있는 화해자요, 중개자로 이 아이들을 키워내겠다는 것이 여명학교의 비전이다.

“통일 이전에 이미 함께 어우러져 사는 연습을 하는 셈이죠. 남북한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를 날마다 온몸으로 극복하면서 통일시대를 대비합니다. 지금은 통일이 까마득해 보이지만,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지요. 통일의 새벽을 준비하는 곳이 바로 ‘여명’학교입니다.”

채혜성 교사와 아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엉켜 계단을 내려갔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얼마나 좋은가. 그들에게는 함께 밥 먹고 공부하고 사는 일이 그대로 통일연습이고 행복이요 꿈이다.

미니인터뷰 - 강철호(22세/대입준비반)
ㆍ 학교자랑을 좀 해달라 -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왔다. 처음엔 학교가 너무 낡아서 느낌이 안 좋았다. 그런데 외관만 그럴 뿐 내용은 달랐다. 특히 선생님들이 천사 같다. 너무 잘해주신다. 모르는 부분은 일일이 개별학습 다 해주신다. 이런 학교가 없다고 생각한다.
ㆍ 가장 재밌는 과목은 - 국사다. 북한의 교과내용과 80%는 비슷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안다는 게 흥미롭고 북한에서 배운 거랑 대조하면서 들으니까 더 재밌다.
ㆍ 장래희망은 무엇인가 - 공무원이다. 안정된 직업이라서 좋다. 또 북한사람이 남한에 와서 공무원생활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ㆍ 통일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 - 나의 고향 함경북도는 너무 시골이라 통일의 여러 혜택이 미치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나서서 그곳에 있는 친구들을 직접 도와주고 싶다.
ㆍ 선생님에게 한마디 - 1년 동안 속 썩이고 애먹였는데 맘속으로 선생님들 사랑하고 있다. 항상 선생님만한 분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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